솔직히 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라는 곳이 이렇게 글로벌 수준의 투자를 한다는 걸 오래전까지 잘 몰랐습니다. 매달 월급에서 떼이는 돈이 어디서 어떻게 불어나는지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18.82%라는 수익률 기사를 보고 나서야, 이 돈을 굴리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읽은 기사,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는 소식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18.82%, 이 숫자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기록한 수익률은 18.82%입니다. 이 숫자가 와닿지 않는 분들을 위해 풀어서 말씀드리면, 우리 국민이 쌓아온 약 1,000조 원의 자금에서 한 해 동안 거의 200조 원에 가까운 이익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나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견줘도 최상위권에 드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포트폴리오(portfolio)란 투자 자산을 여러 종류로 분산하여 구성한 자산 묶음을 의미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그리고 대체투자(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등)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이번 수익률은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결과입니다.
수익률 1% 포인트가 오를 때마다 기금 고갈 시점이 5~6년 늦춰진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저처럼 아직 50대에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 입장에서,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노후를 좌우하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출산율도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사를 읽으며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 성과를 만든 운용역들, 왜 짐을 싸는 걸까요?
역대 최고 수익률을 낸 직후에 왜 전문 인력들이 떠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저도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들여다보니, 사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공공기관입니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총액인건비란 기관 전체 임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인건비 총합의 상한선을 국가가 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천억 원의 수익을 올려도 개인에게 성과급을 자유롭게 줄 수 없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반면 민간 IB(투자은행)나 PEF(사모펀드)는 다릅니다. IB란 기업 인수합병, 대규모 자금 조달 등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은행이고, PEF는 소수의 전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말합니다. 이들 민간 기관에서는 성과에 따라 수억 원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출신 운용역은 시장에서 '검증된 인재'로 통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2~3배 연봉을 제시받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제가 아는 자산운용사 지인이 한 번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연금 출신이 오면 보통 다른 경력직보다 한 단계 높게 봐준다"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우리 세금으로 키운 실력이, 고스란히 민간에 헌납되는 구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기금운용직 이탈자 중 60% 이상이 민간 자산운용사, 증권사, IB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출처: 동아일보). 전주 이전 이후 서울과의 거리 문제도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실력 있는 운용역일수록 서울 금융가로 갈 선택지가 많으니, 전주에 남아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는 셈입니다.
전문 인력이 빠지면 우리 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이게 그냥 조직 내부 인사 문제라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0조 원 규모의 자금을 다루는 곳에서 숙련된 베테랑이 빠진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됩니다.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란 투자 손실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체계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투자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AI 산업 변동, 에너지 전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가 산더미 같은 지금,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운용역들이 갑자기 수천억 규모의 포지션을 맡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재 유출이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숙련된 운용역의 이탈로 장기 수익률 저하 가능성
- 베테랑이 쌓아온 투자 노하우와 네트워크의 민간 유출
- 대체 인력 양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추가 발생
- 글로벌 거점(런던, 뉴욕, 싱가포르) 운영 역량 약화
수익률이 단 1~2%만 떨어져도 기금 고갈 시점이 수십 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인건비 몇십억 원을 아끼려다 수조 원의 수익을 낼 인재를 잃는 것,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 아닐까요? 저처럼 연금을 내고 있는 국민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처우 개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니까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 저도 이해는 합니다. 다른 공공기관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국민연금 운용역은 다른 공공기관 직원들과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직군인가요?
반도체 기업들도 핵심 연구 인력에게는 일반 임직원과 다른 성과 보상을 제공합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역할과 기여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건 이미 민간에서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1,000조 원을 굴리는 운용역에게는 "공공기관이니까 모두 같아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논리입니다.
한국경제 등 주요 언론이 처우 개선의 시급성을 단독 보도하며 공공기관 예산 지침의 한계를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실제로 정부 내에서도 기금운용직을 총액인건비 적용 예외로 두거나, 성과 연동형 보수 체계를 별도로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결단이 미뤄지고 있다는 게 저는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애국심으로 버텨라"는 식의 접근은 이미 한계에 달했습니다. 실력에는 실력만큼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 그것이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의 노후를 지키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이는 그 돈이 누구 손에서 굴러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금운용본부가 '인재 양성소'가 아닌 '인재를 붙잡는 곳'이 되려면, 처우 개선과 보수 체계 개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정부가 빠르게 결단을 내려, 지금 이 순간에도 짐을 싸고 있을 운용역들을 붙잡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노후가, 그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60228/1334407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