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1편이 잘 됐으니 만든 속편이겠지" 하고 반쯤 기대를 접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켜지고 익숙한 BGM이 흘러나오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어릴 때 방구석에서 팩을 후후 불어가며 게임하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거든요. 이 영화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인지, 아니면 제가 그냥 나이를 먹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닌텐도 IP를 총동원한 팬서비스, 어디까지가 장점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감탄한 건 비주얼 퀄리티였습니다. 중력이 위아래로 뒤바뀌는 행성들, 우주 공간을 로켓처럼 가로지르는 마리오의 움직임을 3D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극한까지 구현해 냈습니다. 여기서 CG란 컴퓨터로 생성된 디지털 이미지를 말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중력 역전 장면의 카메라 워크와 광원 처리가 놀라울 정도로 세밀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재편곡된 클래식 게임 사운드트랙도 귀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사운드트랙(OST)이란 영화나 게임에 삽입된 음악 전반을 가리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 삽입이 아니라 원곡의 멜로디를 현악기와 관악기 편성으로 다층적으로 재해석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가 잘 들었나 확인하고 혼자 게임 켜던 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돈 걱정도, 출근 걱정도 없었으니까요.
팬 서비스 측면에서는 전편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임 시리즈 특유의 효과음과 아이템, 배경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고증에 맞게 재현했고, 폭스 맥클라우드를 비롯한 닌텐도의 다른 IP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합니다. 여기서 IP(지식재산권)란 특정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한 독점적 사용 권리를 뜻하는데, 닌텐도가 보유한 IP를 이번 영화 한 편에 총집합시킨 셈입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어, 저거 맞지?" 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게 만드는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팬이라면 주목할 만한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드릴버섯, 구름 플라워, 풍선 요시 등 게임 원작의 변신 아이템 등장
- 시리즈별 캐릭터 효과음 원본 고증 재현
- 폭스 맥클라우드, R.O.B 등 타 닌텐도 시리즈 캐릭터 카메오 및 조연 출연
- 엔딩 크레디트 이후 총 2개의 쿠키 영상 수록
다만 이 풍성한 볼거리가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점도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감정선이 뚝뚝 끊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요시와 로젤리나의 비중이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 원작 슈퍼 마리오 갤럭시 게임의 핵심 액션이었던 '스핀' 동작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단 두 번밖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제목이 갤럭시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야기의 무게는 가볍지만, 마음에 남는 건 따로 있다
스토리 완성도에 대해서는 솔직히 후한 점수를 드리기 어렵습니다.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 평론가 지수 43%, 메타크리틱(Metacritic) 점수 37점이라는 숫자가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여기서 로튼 토마토란 전문 평론가와 일반 관객 평점을 따로 집계하는 세계 최대 영화 평점 사이트이고, 메타크리틱은 여러 매체의 평론가 점수를 가중 평균으로 산출하는 사이트입니다. 두 지표 모두 전편보다 낮게 나왔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후반부 전개가 특히 아쉬웠습니다. 루이지가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하는 장면부터 갑자기 이야기가 속도를 올리더니, 쿠파의 캐릭터 변화나 로젤리나와 피치 공주의 서사가 너무 편의적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어, 이렇게 끝나?"라고 중얼거렸을 정도입니다.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구조 면에서는 분명히 허술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저에게 뭔가를 남긴 건 사실입니다. 마리오가 우주를 날아다니며 동생을 찾아 헤매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예전에 우리 아이가 사촌 형들이랑 낡은 게임기 붙잡고 웃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때 제가 몇 번 혼을 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더라고요. 같이 앉아서 한 판 해줄걸. 영화 속 마리오가 동생을 포기하지 않는 장면이 그냥 허구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세를 보면, 이런 IP 기반 애니메이션 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725억 달러로 집계되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5.2%로 계속 성장할 전망입니다(출처: Grand View Research). 이 시장에서 닌텐도 같은 강력한 IP를 보유한 기업들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스토리 완성도보다 시각적 체험과 추억 소환에 훨씬 더 충실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질 때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한 역할을 한 게 아닐까요? 깊은 서사를 기대하고 가셨다면 살짝 허탈할 수 있지만, 오랜만에 어린 시절 기억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분께는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쿠키 영상은 꼭 두 개 모두 확인하시고요, 먼저 나가시면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