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타겟 후기 (줄거리, 개연성, 결말)

by 썬블루라이프 2026. 6. 3.

중고거래 앱을 켜는 행위가 공포 영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당근마켓을 밥 먹듯 쓰는 사람인데, 영화 타깃을 보고 나서 한동안 앱 아이콘을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평소 한국형 스릴러라면 사족을 못 쓰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전반부에서 완전히 낚였다가 후반부에서 제대로 쓴소리가 터져 나온 케이스였습니다.

전반부의 현실 공포: 중고거래 사기가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과정

타깃(2023)은 인테리어 회사 팀장 수현(신혜선)이 중고 세탁기를 구매했다가 이른바 벽돌 사기를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벽돌 사기란 돈을 받자마자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중고거래 사기 유형으로, 실제 경찰청 사이버범죄 통계에서도 매년 수만 건 이상 신고되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수현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사기꾼의 게시글에 공개적으로 도발 댓글을 남기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번져나갑니다.

결정적으로 사기꾼의 정체가 단순 잡범이 아닌 연쇄살인마로 밝혀지면서 영화는 스토킹 범죄의 구조를 정교하게 건드립니다. 여기서 스토킹 범죄란 특정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괴롭히는 행위 전반을 뜻하는데,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경범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출처: 법제처). 이 영화가 소름 돋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피해자의 전화번호, 집 주소, 직장까지 알아내 배달 음식을 수십 개씩 무단으로 주문하고, 한밤중에 낯선 남자들을 현관 앞으로 불러대는 장면은 전형적인 사이버 스토킹의 수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신혜선 배우가 공포에 질려 엉엉 우는 장면을 볼 때, 거실 불 다 끄고 침대에 누워 보던 저까지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CGI로 버무린 가짜 공포가 아니라, 내가 매일 자는 집이 털리는 현실적인 공포라서 도파민이 폭발했다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실제 사건들과 결합되면서 개봉 후에도 나무위키 검색 트래픽이 꾸준히 유입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국내 사이버범죄 피해 건수는 연간 20만 건을 웃돌고 있으며, 그중 개인정보 침해와 연계된 2차 범죄 피해가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출처: 경찰청).

전반부에서 이 영화가 잘 해낸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고거래라는 일상 소재를 공포의 트리거로 설계한 각본의 현실성
  • 신혜선의 섬세한 공황 연기와 임성재의 무표정한 빌런 연기 대비
  • CG 없이 생활 밀착형 공간(집, 직장)에서만 벌어지는 심리적 압박

나무위키 : 타겟

후반부 개연성의 붕괴: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한 연출의 한계

솔직히 제가 스릴러 영화를 꽤 많이 본 편인데, 타깃의 후반부는 보면서 실제로 손이 올라갈 뻔했습니다. 초중반의 현실 공포가 잘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캐릭터들이 일괄적으로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구간이 옵니다.

가장 크게 걸렸던 건 CCTV 설치 장면입니다. 인테리어 업계 종사자인 수현이 화재 감지기와 CCTV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그 캐릭터의 직업적 배경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여기서 화재 감지기란 연기나 열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장치로, 생김새와 설치 위치 모두 CCTV와 구분이 명확합니다. 인테리어 시공 현장에서 두 기기를 수도 없이 마주쳤을 직업군의 캐릭터가 이를 혼동한다는 설정은 개연성(蓋然性), 즉 사건이나 상황이 현실적으로 납득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성질이 무너진 순간이었습니다.

경찰 쪽 설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사가 사망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단 한 대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전개는 현실의 수사 절차와 너무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차량 블랙박스 보급률은 전체 등록 차량 기준 약 70%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것을 수사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그냥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마 저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닐 겁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빌런인 임성재 캐릭터가 점점 실수를 반복하며 멍청해지는 흐름입니다. 주인공이 명석해지면 반대로 빌런이 갑자기 허술해지는 이 패턴은 한국형 스릴러의 고질적인 클리셰(cliché)입니다. 클리셰란 너무 많이 반복되어 신선함을 잃은 표현이나 장치를 뜻하는 용어인데, 타깃은 초반에 그 클리셰를 피해 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똑같은 함정에 빠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영화가 90분을 넘어가면서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하면, 무리하게 물리적 충돌로 결말을 봉합하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타깃도 그 수순을 그대로 밟았습니다.

결말에서 수현이 범인을 유인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초반의 심리적 스릴러물이 아닌 전형적인 맨몸 액션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전까지 쌓아온 현실 공포의 맥락이 단숨에 흩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박희곤 감독이 좋은 소재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시나리오가 관객의 판단력보다 느리게 움직였고, 그 간극이 몰입을 끊어냈습니다.

타깃은 전반부 30분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신혜선이 연기로 멱살을 잡아끄는 초반의 현실 공포는 진짜입니다. 다만 후반부에 대한 기대치는 낮게 잡고 보시길 권합니다. 요즘 넷플릭스나 OTT에서 볼 수 있으니, 주말 저녁 야식 한 상 앞에 두고 전반부는 몰입하고 후반부는 비평적 시선으로 감상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습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를 자주 쓰신다면, 적어도 이 영화 보고 나서 낯선 번호 문자 한 번쯤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참고: https://namu.wiki/w/%ED%83%80% EA% B2%9F(% EC%98%81% ED%99%94)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