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전 직접 해봤는데 엄마가 해준 게 더 맛있었다. 집에서 혼자 프라이팬을 들고 아무리 구수하고, 바삭하게 구우려고 해도 안 됐다. 뒤집다가 배추와 반죽이 분리되고, 찢어지고 타버리기만 했다. 요리 실력도 없는 내가 큰소리치다가 결국 다 식어버린 밀가루 덩어리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완전한 대실패다.

배추 전, 엄마 손맛은 못 따라갔다
배추 전 직접 해봤는데 엄마가 해준 게 더 맛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그 맛을 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하면 반죽이 너무 두껍거나 배추가 따로 놀아서 엉망이 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 2018년 개봉)를 보면 주인공 혜원(김태리 배우)이 눈이 쌓인 고향 집 마당에서 언 배추를 툭툭 캐내는 장면이 나온다.
혜원은 그 배추로 배추 전을 부쳐 먹는다. 영화 속 배추 전은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소리까지 맛있게 난다.
혜원이가 손으로 찌익 찢어서 입에 넣는 모습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엄마, 영화에 나오는 배추 전은 엄청 바삭해 보이던데 내 거는 왜 따로 놀아?”내가 프라이팬 앞에서 투덜거리자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얘야, 반죽을 아주 얇게 묻혀야 해. 배추 숨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기술이고.”그때 깨달았다.
엄마의 요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다림과 정성이 들어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상하게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면 속이 참 편안하다.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면 가끔 소화가 안 되고 힘들었는데. 엄마가 부쳐준 따뜻한 배추 전을 먹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소화도 잘된다. 몸에 좋은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 든다.
2달에 한 번, 된장찌개와 우엉조림
나는 요즘 두 달에 한 번씩 엄마 집에 간다. 혼자 살면서 대충 끼니를 때우다 보면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면 된장찌개 냄새가 나를 반겨준다. 식탁 위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짭조름하고 우엉조림이 접시에 담겨 있다. 얇게 썬 우엉을 간장에 조려낸 반찬 하나만 있어도 난 밥 한 그릇은 금방 비워낸다.
된장찌개에 두부와 호박을 떠서 밥에 비벼 먹으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다 없어지는 것 같다
“천천히 좀 먹어, 누가 안 뺏어 먹냐?"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랑 우엉조림은 왜 이렇게 맛있어? 사 먹는 거랑은 비교가 안 돼.”
“정성이 들어가서 그렇지. 좋은 재료만 넣었으니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이도 나와 비슷했다. 서울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편의점 도시락과 차가운 빵으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이는 항상 배가 고팠다. 배는 부른데 마음이 고픈 아이.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가 직접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해 먹으면서 그 마음의 허기를 채워간 것 같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가는 엄마 집이 바로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나만의 작은 숲이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든든하게 먹고 나면,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엄마 나이 드는 게 보여, 건강해야 밥 먹는다.
이번에 엄마 집을 갔을 때,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해 주시는 엄마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전보다 어깨도 조금 굽으신 것 같고, 머리카락 사이에 하얗게 돋아난 흰머리카락이 독 눈에 들어왔다.
된장찌개 뚝배기를 식탁으로 옮기시는 엄마의 손끝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엄마! 손끝이 이상해? 난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언제나 철인처럼 강했던, 엄마도 조금씩 나이를 드시고 계셨다.
영화 속에서 혜원의 엄마(문소리 배우)는 혜원이가 수능 시험을 마치자마자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떠난다.
어린 혜원이는 처음에는 엄마를 원망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향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방식 그대로 요리를 하고, 사계절을 보내면서 비로소 엄마의 삶과 인간적인 고민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나도 철없는 아이처럼 엄마가 해주는 밥을 당연하게 받아먹기만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엄마가 밥상을 차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시는지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만 내가 이 따뜻한 집밥을 계속 먹을 수 있다.
"엄마, 무거운 냄비는 내가 들어줄게 부르기만 해.”"이거 들면 되지?" 엄마가 환하게 웃으셨다.
“딸 이제야 보이니? 좀 컸다. 조심해" " 엄마 걱정도 해주고, 다 살았다 다 살았어.”
엄마 집을 떠나 다시 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밖을 보는데 문득 가슴이 아려왔다.
이제 우리 엄마도 나이 드시는구나, 엄마 건강도 챙겨주고, 나도 건강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울 엄마에게 가장 큰 효도이고, 엄마의 건강을 지켜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나도 내 몸을 더 소중히 돌보고, 엄마에게 더 자주 연락을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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