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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직한 후보|거짓말을 못하게 된 라미란, 웃다가 내 모습을 돌아본 영화

by 썬블루라이프 2026. 8. 8.

거짓말이 생명인 국회의원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됐다.

처음 설정부터 재미있었습니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주상숙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국회의원입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검소한 척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능숙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머리로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입에서는 자꾸 진짜 속마음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정치인에게 거짓말을 빼앗아 버렸다는 자체가 재미있었거든요. 특히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각나는 대로 입 밖으로 내뱉어 버리니 주변 사람들이 당황했을 겁니다. 영화를 계속 보는 중에 문득 ‘나는 하루 동안 거짓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생각보다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정직한 후보

나도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고 살까

영화에서는 주상숙의 거짓말이 크게 보입니다. 정치와 선거가 얽혀 있으니 작은 거짓말 하나도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런데 제 생활을 떠올려보니 우리도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음식을 해줬을 때 입맛에 조금 맞지 않아도
“맛있어.”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전화가 왔는데 받기 싫어서 나중에 “아까 너무 바빠서 못 받았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마음은 힘든데 가족이 걱정할까 봐 "난 괜찮아.”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하루에 7번 이상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 속에서도. "괜찮아, 그 정도쯤이야"라는 말도 상대를 생각해서 하는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것도 따지고 보면 사실과는 다르지만, 상대방을 속여 무언가를 얻으려는 거짓말과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 말은 분명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정직하게 산다는 건 무조건 모든 속마음을 말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숙은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직함에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미란 때문에 웃었는데 할머니의 마음에서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정직한 후보〉가 계속 정치 이야기만 했다면 이영화를 오래 기억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상숙의 할머니 김옥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손녀를 위해 기도하는 할머니의 마음과 정치인의 이야기는 앞부분의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줍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가족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가족이 늘 곁에 있을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상숙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돈이나 자리보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 한 명이 있다는 건 얼마나 귀 일이라는 걸 우리는 왜 잃을 때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요. 앞에서는 웃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마음이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웃고 끝났는데 이상하게 제 말투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저는 제 일상을 돌아봤습니다. 가족에게 했던 말도 떠올랐습니다. 좋으면서도 괜히 무뚝뚝하게 말했던 순간, 미안하면서 자존심 때문에 먼저 사과하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고요. 반대로 힘들면서도 괜찮다고 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정직함을 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정직하게 산다는 건 모든 말을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게 아니라, 적어도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짜 마음을 너무 오래 숨기는 걸까? 싶었습니다.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에 시작부터 편하게 웃을 수 있었고, 정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 가족과 함께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정직한 후보〉를 보기 전에는 정치인을 풍자하는 코미디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웃기는 장면도 많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게 남은 질문은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살고 있을까?”생각해 보게 되었고,
우리에게도 주상숙처럼 진실만 말해야 하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꽤 난감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해보고 싶습니다.
가족에게 고맙다면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면 조금 빨리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거창하게 정직하다기보다 작은 솔직함부터 시작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정직한 후보〉는 한바탕 웃고 끝나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내가 평소 어떤 말을 하며 살아가는지 한번 돌아보게 만든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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