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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 리뷰 (분위기, 연출, 공포체험) 무서운 게 뭔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다니던 동네 골목길에서 제 숨소리밖에 안 들리는 순간이 오면 그런 자신감은 단 1초 만에 사라집니다. 이상민 감독의 신작 살목지는 바로 그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지는 감각을 스크린으로 끌어낸 공포 영화입니다. 2025년 극장가에서 입소문을 타며 한국 호러 장르의 존재감을 다시 증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저수지와 카메라, 공포의 배경이 된 일상의 공간살목지의 설정 자체가 이미 영리합니다. 심령 스폿으로 소문난 저수지를 배경으로, 로드뷰 촬영 화면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재촬영 기한에 쫓긴 PD 수인(김혜윤)과 촬영팀이 살목지를 찾아가고, 거기서 행방이 묘연했던 선배 교식(김준한)이 등장하면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구조입니다... 2026. 5. 17.
명량 (해전 완성도, 개인적 감동, 서사 균형) 관객 수 1,761만 명. 한국 영화 역대 1위 기록을 지금도 지키고 있는 숫자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정말로?"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시 보고 나니, 그 숫자가 납득이 됐습니다. 단, 마냥 고개를 끄덕이기엔 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습니다.해전 완성도 — 이건 진짜 압권이었습니다명량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건 단연 해전 시퀀스입니다. 여기서 시퀀스(sequence)란 하나의 사건이나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영화 편집 단위를 말하는데, 명량의 해전 시퀀스는 상영 시간의 약 2/3를 차지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게 저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전투 장면이 이렇게 길면 중간에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울돌목의 빠른 조.. 2026. 5. 17.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연기, 청령포, 인간다움) 역사 속 가장 비극적인 왕이라 불리는 단종의 이야기, 그런데 이걸 보고 눈물이 나는 이유가 역사 때문만이 아니라면요? 저는 극장을 나오면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어린 왕이 아니라, 10년 전 세상에서 뚝 떨어진 것 같던 저 자신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런 영화였습니다.유해진 연기가 만들어낸 온도, 그 투박함이 심장을 찌른 이유왕과 사는 남자를 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건 유해진 배우의 연기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초반부터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가볍게 흘러가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사극이니까 당연히 무겁고 장중할 거라 생각했거든요.그런데 그 가벼움이 함정이었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이 영화에서 미장센(Mise-en-scène)을 아주 영.. 2026. 5. 16.
7번방의 선물 (개연성, 사법제도, 부녀애) 1,200만 관객이 울고 웃었다는 영화, 정작 법정 절차대로라면 주인공이 재판조차 받을 수 없었다는 걸 아셨습니까? 저는 너무 힘든 어느 주말 저녁, 피자 한 판을 시켜놓고 이 영화를 틀었다가, 식어가는 피자 한 조각을 손에 쥔 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자마자 "엄마, 밥은 먹었어?"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경험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바보 아빠가 걸어 들어간 교도소, 그 배경과 맥락영화의 배경은 1997년입니다. 6세 수준의 지적 발달장애를 가진 이용구가 딸 예승이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다 아동 유괴 살인의 누명을 쓰고 교도소 7번 방에 수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지적 발달장애란 지능지수와 사회적 적응 능력이 현저히 낮아 일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 2026. 5. 16.
극한직업 리뷰 (흥행 분석, 코미디 연출, 아쉬운 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웃기겠지 하고 틀었습니다. 퇴근하고 화가 잔뜩 쌓인 날,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별 기대 없이 켰는데 111분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1,600만 명이 극장을 찾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당겼는지, 보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흥행 분석: 1,600만을 극장으로 부른 건 웃음이 아니었다극한직업이 터진 건 단순히 웃겨서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는 관객의 현실 감수성을 정확하게 건드렸다는 점입니다.영화의 핵심 장치는 '위장 창업'입니다. 수사 목적으로 치킨집을 인수한 마약반이 뜻밖에 맛집으로 떠오르면서, 형사들이 본업인 수사보다 치킨 튀기기에 치이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서사 구조가 .. 2026. 5. 15.
기생충 리뷰 (반지하 냄새, 계급 상징, 결말 해석)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그냥 아카데미 수상작이니까 한 번 봐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저도 모르게 제 옷소매 끝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거리고 있었습니다. 박 사장이 무심하게 던진 "반지하 특유의 냄새"라는 대사 한 마디가 저한테는 단순한 영화 속 대사가 아니었거든요.반지하 냄새가 불러온 기억일반적으로 영화 속 빈곤 묘사는 과장됐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정말 돈이 없던 시절, 저도 반지하 방에서 한동안 살았습니다. 길가 바로 옆은 아니었지만, 장마철이면 집 안이 온통 눅눅해지고 천장 모서리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피어났습니다. 그때는 제습기는커녕 가습기 살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축축하고 텁텁한 냄새가 지금도 코..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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