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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리뷰, 대전역에서 좀비 상상을 해봤다

by 썬블루라이프 2026. 8. 17.

“혼잡한 대전역 사람들이 좀비로 바뀌는 상상을 해봤어.”

제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영화 부산행 때문입니다. 1년에 세 번 정도 회사 교육 때문에 대전역에 갈 일이 있는데, 사람이 가득한 역 안에 서 있으면 영화 속 대전역 장면이 떠오릅니다.

처음 부산행을 봤을 때는 그냥 무서운 좀비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몇 번 다시 보고, 실제 대전역까지 다니다 보니 지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좀비보다 가족과 행복을 지키려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산행 대전역 장면, 실제로 서 있어 봤다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좀비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작됩니다. 공유가 아빠 석우를 연기하고, 김수안이 딸 수안으로 나오고, 마동석과 정유미가 연기한 상화와 성경 부부도 함께 살아남기 위해 움직입니다.

제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는 곳은 대전역입니다. 회사 교육 때문에 1년에 3번 이상은 대전역에 가는데,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갑자기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저 사람들이 갑자기 좀비로 변하면 나는 어디로 도망가지?’ 혼자 출구부터 찾아본 적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대전역에서도 감염자들이 몰려옵니다. 화면으로 볼 때와 실제 그 장소에 서 있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상상만 해도 무서웠습니다. 물론 현실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교육받으러 와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혼자 웃습니다.

 

부산행

빵집 긴 줄까지 좀비로 보였다

대전역에 가면 영화 생각하는 건 아니고, 빵도 생각납니다. 대전에는 유명한 빵집이 있어서 갈 때마다 긴 줄을 보게 됩니다.

‘저 사람들이 빵 먹다가 갑자기 좀비가 되는 건 아니겠지?’ 또 엉뚱한 생각을 한 겁니다. 부산행을 너무 여러 번 봤나 봅니다.

영화에서는 멀쩡했던 사람이 감염된 뒤 순식간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진짜 그런 일은 안 일어나겠죠. 집에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빵 사러 갔다가 좀비를 만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아무 일 없이 빵을 사고, 기차를 타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같이 먹는 게 최고입니다. 좀비 영화를 보고 나니 평범하게 집에 돌아가는 하루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공유 마지막 장면, 볼 때마다 손에 땀이 난다

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는 좀비가 언제 튀어나오나, 무서운 긴장감과 사람들이 감염될 때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석우가 감염된 사람과 싸우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손에 땀이 납니다. 석우 자신도 감염됐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딸에게서 떠나려고 합니다. 저는 공유가 기차에서 떨어지는 순간보다 그 직전이 슬펐습니다. 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마지막에는 웃는 듯한 모습으로 기차 아래로 사라지는 그림자가 보입니다. 좀비의 무서움보다,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겨 ‘아빠의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지키려고 하는구나’가 보입니다. 같은 영화인데 볼 때마다 기억나는 장면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대전역이 좀비 장소에서 우리 집 빵 배 달지가 됐다

영화를 본 뒤 제게 대전역은 두 가지 장소가 됐습니다. 하나는 부산행의 무서운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에게 빵을 사가는 곳입니다. 교육을 마치고 튀김소보로를 사서 집에 가면 가족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대전으로 교육을 간다고 하면 가족이 먼저 묻기도 합니다. “빵 사 오는 거지?” 다음에 대전에 같이 가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저는 속으로 씁쓸했습니다. 나는 교육받으러 가는 건데 가족에게는 빵 사 오는 날이구나.

교육은 별로인데 빵은 좋습니다. 그래도 제가 구입한 빵 봉지를 열어보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또 사가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부산행 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석우는 처음부터 완벽한 아빠가 아닙니다. 일 때문에 바쁘고 딸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험이 닥치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거창하게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퇴근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사가는 일, 바쁜지만 전화 한 번 하는 일, 같이 밥 먹으면서 오늘 뭐 했냐고 대화도 해보는 것도 가족을 위한 마음일 겁니다.

저는 교육장인 대전역에 가면 이와 같은 생각을  똑같이 할 겁니다. 사람이 몰려오면 잠깐 좀비를 상상하고, 혼자 웃은 다음 빵집에 가고, 그리고 무사히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죠. 부산행에서는 아빠가 목숨을 걸고 딸을 지켰고, 현실의 저는 가족에게 튀김소보로 몇 개를 들고 갑니다. 비교하기에는 너무 큰 차이지만 출발하는 마음은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먹는 것과 죽음 앞이지만 가족 행복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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