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의 나는 한 살이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엄마 아빠 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었을 나이다. 그런데 그해 부산에서는 한 아이가 사라지는 유괴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 극비수사는 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김윤석과 유해진이 나오니 형사가 범인을 쫓고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고 나니 범인을 잡는 과정보다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시간이 더 무섭게 다가왔다. 나도 부모이기 때문일까.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답답했다.

1978년 나는 한 살, 부산에서는 한 아이가 사라졌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김윤석이 공길용 형사를, 유해진이 도사 김중산을 연기한다. 아이를 찾기 위한 수사가 시작되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아이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구는 사건 해결이라는 결과와 자신의 실적을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 1978년의 나를 생각했다. 그때 나는 겨우 한 살이었다. 뉴스도 모르고 유괴라는 말도 모르는 아이이다. 엄마가 밥을 주면 먹고, 아빠가 안아주면 좋아했을 나이다. 그런 나이의 아이를 키우던 부모들에게 유괴 사건 뉴스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내 아이가 사라진 부모라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까? 예전에는 이런 영화를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가 궁금했다. 지금은 다르다. ‘저 아이 엄마는 지금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그 생각부터 든다.
아이를 찾는 것보다 실적이 먼저라면 너무 무섭다
영화에서 답답했던 부분은 경찰 조직의 모습이었다. 아이를 무사히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도 수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보인다. 성과와 실적을 생각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화가 났다. 내 자식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부모에게는 한 시간이 하루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와 실적부터 생각한다면 부모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경찰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종이나 유괴 사건에서 그 실수의 무게는 너무 크다. 몇 시간을 놓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속으로 말했다. “제발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아이부터 찾아죠.” 영화인데도 마음이 급해졌다.
내 자식의 전화가 갑자기 끊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하기 싫은 상상도 해봤다. 내 자식과 갑자기 연락이 끊긴다면? 처음 한두 번은 ‘바쁜가?’ 할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화할 것이고, 그래도 받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할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아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휴대전화가 없던 1978년에는 더 막막했을 것이다. 지금은 전화도 있고 위치를 확인할 방법도 많아졌지만 부모가 느끼는 두려움은 달라진 것이 없다. 요즘에도 실종이나 범죄 관련 뉴스를 접하면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넘기지 못할 때가 있다.
영화 극비수사가 무서웠던 것도 그래서다. 평범하게 살던 가족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 더 무서웠다.
공길용 형사를 보며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공길용 형사는 화려한 영웅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좋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박수를 받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다. 김중산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수사에 힘을 보탠다.
형사와 도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바라보는 곳은 같다. 아이를 살려 찾아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이 부분에서 결국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내 가족에게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1978년과 지금, 부모의 두려움은 달라졌을까
영화가 끝난 뒤 1978년과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휴대전화도 생겼고 CCTV도 많아졌다.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자식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부모가 느끼는 공포까지 달라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영화 극비수사가 오래된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도 지금 보면서 답답했던 것 같다. 나도 부모님에게는 귀한 자식이었고, 지금은 나 역시 내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가 됐다. 1978년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 품에서 웃고 있었는데,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는 아이 한 명을 찾기 위해 가족들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았다. 극비수사는 저에게 범인을 잡는 통쾌한 영화라기보다 부모에게 자식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지고 수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사라졌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찾으려는 사람, 실적보다 생명을 먼저 보는 사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내 가족과 평범하게 연락하고, 함께 밥을 먹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가장 큰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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